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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보험사, 환율 급변동의 주범인가 종범인가

by 특수정찰인 2025. 5. 20.

 

5월 초, 한국과 대만, 홍콩, 중국의 환율이 동시에 급격히 흔들렸다. 특히 대만달러와 원화가 빠르게 강세로 전환되며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 시기 언론과 금융권에서 대만 보험사들을 환율 급변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과연 그럴까?

 

대만 보험사의 환헤지 구조, 오해와 진실

대만 보험사들은 전체 자산의 65%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그중 70%는 환헤지를, 나머지 30%는 환헤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숫자만 보면 환율 노출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환헤지를 하지 않은 30% 중 2/3는 달러 부채와 맞물린 구조다. 즉, 자동 환헤지가 되는 셈이다. 실제 순노출 자산은 전체의 10% 내외이며, 자산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금액으로는 상당하지만, 환율을 뒤흔들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대만 금융감독원은 최근 조사를 통해 "보험사들이 환헤지 비율을 최근에 특별히 조정한 정황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환율 급변 직전 보험사들이 대규모 환헤지를 했다는 가설에 반박하는 것이다.

 

환율 급변의 주역은 누구였나

그렇다면 누가 환율을 흔들었는가? 대만 수출 기업들이 급변동의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TSMC와 같은 기업들은 강달러 상황에서 환헤지를 하지 않고 수익을 극대화하다가, 급격한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뒤늦게 대량 환헤지를 했을 수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움직임은 대만 보험사들보다 환율에 더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다른 시각은 헤지펀드의 존재다. 최근 나오는 분석에 따르면, 일부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대만의 '환율 방어 한계'를 포착하고 공격에 나섰다는 설이 유력하다. 특히 미국과 환율보고서를 앞둔 대만은, 자국 통화가 강해질 때 이를 억제하면 '환율 조작국' 의심을 받을 수 있어 적극적 개입이 어려웠다. 한국 역시 비슷한 구조다. 약세 개입은 용인되지만 강세 억제는 위험하다. 이러한 ‘제약’을 헤지펀드들이 파고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헤지펀드, 팀플레이의 위험

헤지펀드는 돈의 냄새를 맡고 움직인다. 이익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연대한 집단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 공격이 붕괴되면 급속히 해산되기도 한다. 2023년 일본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당시 헤지펀드들이 일본 국채 금리 상단을 뚫으며 엔화 강세에 베팅했으나, 일본은행의 대규모 자금 투입과 절묘한 정책 시그널로 인해 실패했다. 결국 상당수 펀드들이 손실을 입고 후퇴해야 했다. 2003년 '일은포' 사건 역시, 헤지펀드와 일본 정부 간 정면충돌의 사례로 기록된다.

이번 대만 환율 사건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와 대만의 환율 개입 제약이라는 '타이밍'이 겹치자, 헤지펀드들이 집단으로 움직였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자금 흐름의 꼬리를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야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한국 환율의 급락, 미묘한 시차

한편, 한국 환율이 5월 초 1300원대로 급락한 배경에 대해 "한미 간 환율 협상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5월 5일,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미 재무부 차관보와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환율 변동은 이미 4월 30일~5월 2일 사이 발생했으며, 회의는 그 이후였다. 시차를 고려하면 협상보다는 외부 금융세력의 움직임과 중국발 영향 가능성이 더 설득력 있다.

 

결론: 주범은 아니지만, 종범은 있을 수 있다

대만 보험사들이 환율 급변동의 '주범'은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대규모 외화자산을 보유한 만큼, 시장의 불안정성에 영향을 미친 ‘종범’ 정도는 될 수 있다. 진짜 주범은 환율 관리에 제약이 있는 타이밍을 간파한 헤지펀드들이거나, 뒤늦게 대응에 나선 수출 기업들일 수 있다.

금융시장은 개방되어 있고, 돈에는 국경도, 꼬리표도 없다. 약점을 보이면 언제든 팀플레이가 들어온다. 우리가 보고 있는 이 환율의 파동은, 그 교과서적인 사례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