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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프로슘과 네오디뮴 : 희토류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전략 전쟁

by 특수정찰인 2025. 4. 21.

 

희토류, 미래 산업의 혈관

희토류는 현대 첨단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자원이다. 그중에서도 네오디뮴(Neodymium)과 디스프로슘(Dysprosium)은 영구자석의 주재료로, 전기차·로봇·드론·무기체계에 반드시 들어가는 전략자원이다. 희토류는 크게 경희토류(LREE)와 중희토류(HREE)로 나뉘며, 이 중 디스프로슘은 중희토류에 속한다.

경희토류는 상대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하고 채굴이 쉬운 반면, 중희토류는 고농축된 지역이 제한적이고, 채굴·제련 난이도도 높아 공급이 매우 불안정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성능 자석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이 중희토류다.


네오디뮴 자석의 탄생과 디스프로슘의 필수성

1983년, 일본의 사가와 마사토 박사가 세계 최초로 네오디뮴-철-보론(Nd-Fe-B) 자석을 개발하면서 희토류는 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기존 페라이트 자석보다 10배 이상 강한 자력을 가진 이 자석은, 고성능 소형 모터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다. 이 덕분에 로봇, 드론, 전기차는 더욱 작고 정교해졌고, 정밀제어 기술과 엑츄에이터 기술이 발전하게 됐다.

하지만 Nd-Fe-B 자석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100도를 넘는 온도에서는 자력이 급격히 약화된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는 핵심이 바로 디스프로슘(Dy)이다. 자석에 디스프로슘을 1%씩 첨가할 때마다 자력 유지 한계온도는 15도씩 증가한다. 고온 상태에서 고속 회전이 요구되는 전기차 모터나 F-35 스텔스기 같은 첨단 무기체계에서는 디스프로슘 없이는 자석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중국, 특허부터 공급망까지 장악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Nd-Fe-B 자석이 일본에서 개발되었지만, 미국 GM과 일본 스미토모가 거의 동시에 상용화에 성공했고, 결국 크로스 라이센스를 체결하며 기술을 공유했다는 점이다. 이후 GM은 자회사 마그네퀸치(Magnequench)를 통해 상업화에 돌입했다.

하지만 1995년, 마그네퀸치는 중국 국영기업 삼환신재료고급기술공사에 인수된다. 실질적 지휘자는 덩샤오핑의 둘째 딸, 덩난이었다. 이후 마그네퀸치의 생산설비는 분해돼 중국으로 이전되었고, 2003년부터 미국 공장은 폐쇄, 생산은 전면 중국화되었다.

그 결과, 2010년에는 전 세계 Nd-Fe-B 자석의 75%가 중국에서 생산되었고, 기술과 특허까지 중국의 손에 들어갔다. 이른바 “희토류 함정”이 현실이 된 것이다.


F-35, 중국 희토류 없이는 못 뜬다

2022년,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F-35 전투기에 중국산 네오디뮴 자석이 들어간 것을 문제 삼아 생산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대체 공급처를 찾지 못한 미국은 결국 두 달 만에 F-35 생산을 재개할 수밖에 없었다. F-35 한 대에만 약 417kg의 Nd-Fe-B 자석이 들어간다. 미 국방이 중국에 희토류 의존을 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디스프로슘의 공급처: 미얀마, 중국 그리고 그린란드

디스프로슘의 실제 매장지는 극히 제한적이다. 중국과 미얀마가 전 세계 디스프로슘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미얀마에서 채굴된 물량의 65% 이상이 중국으로 유입된다. 중국이 미얀마 내 반군을 은밀히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육상에서 디스프로슘이 상업적으로 확인된 지역은 러시아 시베리아, 그린란드 정도이며, 호주나 미국 본토에서는 아직도 디스프로슘 광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와 그린란드: 디스프로슘을 둘러싼 지정학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시절 그린란드 매입을 제안한 것은 북극항로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중희토류 매장량을 가진 광산이 그린란드에 있기 때문이다. 크바네펠트(Kvanefjeld)와 탄브리즈(Tanbreez) 광산은 각각 11억 톤, 4.4억 톤 규모의 희토류가 매장되어 있으며, 특히 디스프로슘·터븀 등 중희토류가 풍부하다.

크바네펠트는 중국 자본이 개입된 반면, 탄브리즈는 미국 기업이 인수해 향후 서방권의 유일한 디스프로슘 독립 공급지로 부상 중이다.

 


해저의 보물: 방사성물질 없는 희토류

디스프로슘 확보의 새로운 대안은 해저 진흙층이다. 일본은 미나미토리섬 인근 해역에서 방사성물질이 없는 고농축 디스프로슘 퇴적층을 2012년에 확보했다. 이곳의 희토류는 토륨·우라늄 등의 방사성 동반물질이 거의 없어 환경오염 우려가 적다. 다만, 채굴비용과 제련공정의 경제성이 걸림돌이다.

미국은 현재 공해상 심해광물 채굴 허용 행정명령을 검토 중이며, 희토류 제련을 위해 체르노빌 인근의 폐허 지역 활용까지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론: 희토류는 새로운 지정학의 심장

디스프로슘과 네오디뮴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과 미래 군사력, 에너지 전환을 떠받치는 자원전쟁의 중심축이다. 이 자원을 둘러싼 경쟁은 기술, 자본, 외교, 심지어 전쟁까지 연결된 복합적 게임이다.

그리고 지금, 그 최전선에는 중국이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