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책사 류허의 몰락, 그리고 중국 권력투쟁의 실체
한때 시진핑의 ‘책사’로 불리며 중국 경제를 이끌었던 류허가 몰락했다. 그 배경에는 그의 아들 류텐란의 부패 스캔들과, 중국 내부 권력투쟁의 격화가 자리하고 있다. 2025년 4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류허의 아들 류텐란이 이미 6개월 이상 부패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시진핑 체제에서 금기시되던 ‘황태자 경영’의 붕괴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류허, 금수저에서 혁명군인까지…복잡한 이력
류허는 중국 베이징의 엘리트 가문 출신으로, 문화대혁명 시기 지린성 시골로 하방을 경험했다. 이후 38군에 사병으로 입대해 복무했고, 제대 후에는 5년간 라디오 공장에서 노동자로 지냈다. 전환점은 1978년 대학입시 제도의 부활이었다. 류허는 전국 수석급 성적으로 인민대학교에 입학, 졸업 후 하버드 유학까지 다녀오며 국가계획위원회에 배치됐다.
시진핑과의 연결고리, 그리고 권력의 정점
류허와 시진핑은 베이징 101중학교 동문으로, 중앙정치의 중심에서 함께 성장했다. 시진핑이 국가 최고지도자가 된 이후, 류허는 중앙경영소조 판공실 부주임 등 핵심 경제 정책 라인에 기용됐다. 그러나 그의 몰락은 내부에서 시작되었다.
아들 류텐란과 징둥의 그림자
2016년 류허의 아들 류텐란은 투자회사 스카이쿠스 캐피탈을 설립하고, 징둥 계열사에 투자금을 집중했다. 스카이쿠스는 5년 만에 100억 위안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며 급성장했지만, 이는 시진핑이 직접 금지한 ‘고위 간부 자녀의 관련 산업 종사 금지’ 규정을 어긴 행위였다. 특히, 실제 운영자는 군 및 안보 부문 출신의 탕멍으로 위장되었지만, 류텐란이 배후에서 경영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시진핑의 분노와 류허의 실각
중국 공산당은 개인의 부패보다 ‘시진핑의 지시를 어겼다’는 사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류허는 결국 2022년 11월 정치국 위원에서 물러나고, 실권 없는 부총리로 사실상 강제 은퇴를 당했다. 그리고 2025년 류텐란의 체포 보도는, 류허의 몰락이 단지 정치적 퇴장이 아니라, 실질적인 숙청이었음을 방증했다.
친강 실각과 내부 보고 누락 스캔들
시진핑의 또 다른 측근이었던 친강 전 외교부장도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겉으로는 홍콩 아나운서 푸샤오텐과의 불륜으로 실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중국 로켓군 내부 기밀이 미국으로 유출되는 사건을 보고받고도 당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문제가 되었다.
당시 로켓군 사령관 리위차오의 아들이 미국 유학 중 기밀을 넘긴 것이 발단이었고, 친강은 푸샤오텐(중국 총참모부 정보기관 소속)을 통해 사건을 무마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시진핑은 친강을 ‘자신을 속인 인물’로 간주하고, 모든 직책에서 제거했다.
중국 군부 숙청과 파벌투쟁 – 푸젠방 vs 산시방
최근 군부 고위 인사들의 연쇄 숙청도 눈길을 끈다. 2025년 FT는 중앙군사위 부주석이자 시진핑 최측근인 허웨이동이 부패 혐의로 직위 해제되었고, 구금 수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동시에 왕허우빈 로켓군 사령관, 린샹양 동부전구 사령관 등도 공식 명단에서 사라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푸젠방’ 출신이라는 점이다. 푸젠방은 시진핑이 푸젠성에서 활동하던 시절 함께했던 인물들이 주축이다. 반면, 허웨이동의 실각 이후 군부 내 권력은 산시성 기반의 ‘산시방’으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현재 군부 내 넘버2는 장유샤로, 산시방의 대표 인물이다.
시진핑 1인 체제의 균열?
중국군 기관지인 해방군보는 최근 “집체영도를 견지하라”는 논평을 게재하며, “개인은 집단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시진핑의 1인 체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집단지도체제 복원을 요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대만 연합신문은 이를 “주석 책임제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도했다.
결론
류허의 몰락, 친강의 실각, 군부 내 푸젠방의 붕괴는 단순한 부패척결이 아니다. 이는 시진핑 체제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의 재편, 그리고 1인 체제에 대한 내부 저항의 징후일 수 있다. 중국은 지금, 겉으론 조용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권력투쟁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