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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렸는데도 엔화는 왜 약해졌나?

by 특수정찰인 2026. 9. 20.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1.0%에서 1.25%로 0.25%포인트 올렸다. 1995년 이후 약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시장에서 상당 부분 예상했던 조치였다. 실제로 일본은행은 9월 18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7대2로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물가가 2% 목표를 상회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인상의 주요 이유로 들었다.

눈여겨볼 것은 금리 인상 자체보다 인상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이다.

 

일본은행은 그동안 대체로 1년에 두 차례 정도의 속도로 금리를 올려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 6월 인상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금리를 올렸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던 이유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금리를 올렸는데도 엔화는 강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약세를 보였다.

 

왜일까.

핵심은 이번 금리 인상이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었다는 것이다. 시장이 예상했던 금리 인상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만으로는 추가적인 엔화 강세를 만들어내기 어려웠다.

오히려 시장의 관심은 이제 다음 금리 인상으로 넘어갔다.

여기서 중요한 변수가 등장한다. 바로 일본은행 내부의 정책위원 구성 변화다.

지난 2월 다카이치 정부는 일본은행 정책위원 후보로 아사다 도이치로와 사토 아야노를 지명했다. 두 사람은 시장에서 대표적인 리플레이션파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리플레이션파는 단순히 금리를 낮추자는 비둘기파와는 조금 다르다. 통화완화와 재정확대를 함께 활용해 경기와 물가를 끌어올리는 정책을 선호한다. 아베노믹스와 가까운 경제정책 성향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실제로 아사다는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지지해 온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고, 사토 역시 엔화 약세와 아베노믹스식 정책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여왔다.

 

이들의 합류가 중요한 이유는 9월 금리 결정에서 바로 드러났다.

일본은행은 이번 회의에서 7대2로 금리를 올렸다. 반대표를 던진 두 사람이 바로 아사다와 사토였다. 두 사람은 금리를 현 수준인 1.0%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번 7대2 결정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정책위원회 내부에는 앞으로의 금리 인상 속도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사다와 사토의 합류는 앞으로 일본은행의 정책 방향을 볼 때 중요한 변수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현재 일본은행 위원들을 공식적으로 ‘매파 5명, 비둘기파 2명, 매둘기 2명’처럼 분류하는 것은 일본은행의 공식 분류가 아니다. 시장에서 각 위원의 과거 발언과 투표 성향을 바탕으로 붙이는 평가에 가깝다.

따라서 이를 확정된 세력 구도로 보기보다는 향후 금리 결정에서 정책 성향의 균형이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다카이치 총리의 경제정책이다.

다카이치 정부는 경기 부양과 재정지출 확대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입장이다. 문제는 재정확대가 계속될 경우 국채 발행과 장기금리 상승 문제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5월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와 만난 자리에서 장기금리가 급등할 경우 일본은행이 필요에 따라 국채 매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분에서 일본은행은 상당히 복잡한 위치에 놓인다.

한쪽에서는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정부의 확장적인 재정정책과 국채시장 안정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미국도 변수다.

 

미국 재무부는 엔화 약세와 일본의 금융·재정정책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역시 일본에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결국 우에다 총재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균형을 잡아야 한다.

물가만 보면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

엔화만 보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기와 국채시장, 그리고 정부의 재정정책까지 고려하면 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시장은 9월 금리 인상 자체보다 우에다 총재가 앞으로 얼마나 빠르게 금리를 올릴 것인지에 주목했다.

우에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물가 상황에 따라 연속적인 금리 인상이나 0.5%포인트의 빅스텝도 원칙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동시에 ‘3개월마다 금리를 올리는 사전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발언이 중요하다.

 

시장이 기대했던 것은 단순한 1.25% 금리가 아니었다. 앞으로 일본은행이 분기마다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강한 신호였다.

그런데 우에다 총재의 발언은 그 기대를 확정해주지 않았다.

결국 엔화는 다시 약해졌다.

이번 엔화 약세를 단순히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실패했다”고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시장의 판단은 이쪽에 가깝다.

“금리는 올렸지만, 앞으로도 빠르게 계속 올릴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 미국 연준의 향후 정책, 일본의 재정확대, 글로벌 자금 흐름까지 환율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9월 18일 엔화 약세에는 BOJ의 7대2라는 내부 분열과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렇다면 앞으로가 중요하다.

일본은행의 올해 남은 금융정책결정회의는 10월과 12월이다.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점과 속도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12월 이후 추가 인상을 예상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정책금리가 1.75%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망이지 일본은행이 정해 놓은 공식 경로는 아니다.

결국 이번 일본은행 금리 인상의 진짜 의미는 1.25%라는 숫자에 있지 않다.

일본이 다시 금리를 올리는 정상화 과정에 들어섰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본은행 내부의 정책 성향과 일본 정부의 재정정책이 앞으로의 금리 속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됐다는 데 있다.

엔화가 강해지려면 단순히 금리를 한 번 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일본은행이 앞으로도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확신이다.

따라서 앞으로 엔화의 방향을 보려면 일본은행의 금리 숫자 하나보다 우에다 총재의 발언, 정책위원들의 투표, 다카이치 정부의 재정정책,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를 함께 봐야 한다.

이번 금리 인상 이후 엔화가 약해진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금리를 올렸다는 사실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올릴지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